Kim, Hyomin. “Reconstructing the public in old and new governance: A Korean case of nuclear energy policy.” 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23 (2014): 268-282.

 

한국 원자력 산업은 권위주의적인 정부 하에서 경제 발전 논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었기 때문에 1990년대 중반까지 별다른 사회적 저항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위험 관리에 있어서도 전문가의 설명이 유효했다. 그러나 이후 몇 차례의 심각한 반핵운동을 겪으며 대중의 소통과 참여를 중시하는 ‘새로운’ 리스크 거버넌스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거버넌스는 경주 방폐장 건설에 관한 주민투표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2011년 3월에 일어난 후쿠시마 사고와2012년 2월에 불거진 고리 1호기 정전 사고 은폐 스캔들을 기점으로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옛 것은 정말 새 것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일까?

김효민은 2005년 이후 한국 원자력 대중 정책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통해 새 거버넌스와 옛 거버넌스가 어떻게 혼합되고 희석됐는지를 관찰한다. 경주 주민투표에 대한 문헌 분석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 고리 원전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장 연구는 투명한 원자력 거버넌스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김효민은 대중 참여와 투명성을 강조한 일련의 사건이 새로운 민주적, 참여적 거버넌스를 강화했다기 보다는 역설적으로 대중에 대한 오래된 가정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 중반 방폐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 이후 한국 사회에서 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대개 님비(NIMBY) 현상으로 이해되어 왔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안면도와 굴업도에서의 반핵 시위 이후인 1996년 설문조사를 실시해 한국인의 85%는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데에 동의했으며 원자력 발전 시설을 늘리는 데에 찬성한다고 대답한 사람도 66%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김효민은 위와 같은 “원전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다수의 대중과 ‘비이성적인’ 소수의 지역 반핵 활동가”라는 프레임이 전문가주의에 기반한 위험관리 패러다임 하에서 원전을 둘러싼 갈등을 지역 내부로 봉인하기 위해 이용되어왔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한국의 원전 지역과 방폐장 후보지가 모두 인구가 적고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었다는 사실도 원전 지역과 나머지 한국 사회의 분리에 기여했다고 지적한다.

논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고리 지역을 중심으로 위와 같은 두 대중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포착했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발전소 반경 3km를 피난 구역으로 설정했던 일본 정부가 이후 조금씩 피난 범위를 넓혀 결국 반경 30km를 완전 소개 지역으로 지정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반핵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비상계획구역을 30km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고리 원전에 상대적으로 가까이 위치해 있지만 큰 관심이 없었던 부산 시민이 나서서 고리 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 소송을 한 것은 한국 사회에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시민 원고인단을 모집해 소송을 이끈 강동규 변호사는 “원래 지역의 원전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사고의 영향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안전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라며 소송의 배경을 밝혔다. 역으로, 2012년 논란이 된 고리 1호기 정전 사고 은폐 스캔들 이후 고리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은 지역 경제발전에 집중하던 과거와 달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뢰성에 대한 지역 외의 활발한 논의를 인지한 상황에서 위원회의 투명한 행정 절차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 사회에서 원전 지역 주민과 일반 대중을 나누는 경계는 사라진 것일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회의적이다. 논문은 고리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 소송의 시민 원고인단 중 고리 원전 주변 지역으로 인식되던 기장군 주민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기장 군의원, 마을 이장, 강동규 변호사, 중앙 탈핵 단체 대표의 말을 빌려 지역주민이 투명성이나 안전성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들이 지역의 목적과 대규모 탈핵 운동의 목적이 다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 지역 본부의 지역협력팀 직원을 인용해 작은 지역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에서 원자력의 수용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주된 도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성의 보장도, 투명한 절차도 아닌 작은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보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였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경제적 보상의 대상 설정을 놓고 다시 ‘지역’과 ‘주민’의 경계가 그려진다는 사실이다. 결국 한국 원자력 거버넌스에서 지역과 전국의 오랜 분리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완전히 소멸되기보다는 참여적 위험 관리 체제 안에서 변형되고 재구성되고 있을 뿐이다.

두 대중을 나누는 경계의 건재함과 유동성은 한국의 원자력 위험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문제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효율적으로 작용했던 지역 내외의 분리가 계속해서 다수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고리 1호기 정전 사고 은폐 스캔들 당시 이례적으로 지역에 직접 내려가 간담회를 열었던 홍석우 지식경제부장관은 결국 “더 소통을 하면 좋지만 다른 국민들의 생활도 고민 해야한다”라는 발언을 통해 다수의 국민을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한다는 오래된 수사를 재생산했다. 김효민은 이를 “지역 주민과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소통 시도라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시도가 최종적으로 원자력이 안전하고 경제적인 에너지라는 전문가의 결론을 수용하도록 하는 부가적 절차로 이해되었다”라고 평가한다. 문제는 전문가주의에 기반을 둔 기존의 원자력 위험관리 패러다임이 두 대중 사이의 갈등이 유지되는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효용성을 발휘해왔다는 사실이다. 두 대중의 동맹이 안정되게 지속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도에 따라 한국의 원자력 위험 관리는 앞으로도 참여적인 새로운 거버넌스와 기존의 거버넌스 사이를 부유하게 될 것이다.

 

박성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Sung Yoon Park, Graduate School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KAIST.

논문: 옛 거버넌스와 새 거버넌스에서 대중 재구성하기—한국의 원자력 에너지 정책 사례 (Reconstructing the public in old and new governance: A Korean case of nuclear energy policy—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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